..... 2001/10/21 .....

Posted 2024. 3. 23. 22:30 by 푸른비수 [BLACKDIA]

[2001/10/21]

며칠전이었을까.....
1시가 되어가는...늦은 시간에.....
전화벨이 울렸다.....

선명하지 않은 목소리에도.....
...아마도 술에 취해 있으리라...짐작을 한다.....
술기운이 아니고서야.....
12시를 지난 시간에 전화를 걸 사람이 아니므로.....

다른 사람이라면.....
피곤하다는 말로...짧게 마무리했을 상황이건만.....
그래도.....
녀석의 목소리가...반가운 까닭에.....
가만가만...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 ...잠시 얼굴이라도 볼 수 있을까... .....
순간...알았다.....
...생각보다...많이 취해 있다는 걸.....
...생각보다...많이 힘겨워하고 있다는 걸.....

옷도 갈아입지 않고...쓰러지듯 누웠던 몸을.....
억지스레 일으켰다.....

언제나 그러했듯이.....
녀석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조금 더...털어 놓을 수 있는.....
녀석의 취기가...가끔은...다행스럽다.....

녀석을 집까지 바래다 주고.....

홀로...집으로 돌아오면서.....
녀석이 차에 놓고 내린...지갑 때문에.....

다시 녀석의 집까지 다녀 오면서.....
...이런 저런...생각을 해 본다.....

조금씩...조금씩.....
서로가 느끼지 못할만큼...느리게.....
내가 원하는 모습을...만들어 가고 있다.....
...그걸 느낄 수가 있었다.....

미안하다는 말이 필요치 않은.....
굳이...고맙다 말하지 않아도 좋은.....
그런.....
...좋은...친구.....


녀석이...내게...미안하다고 말하지 않을 만큼.....
그만큼...익숙해졌으면 한다.....

이른 새벽의 전화에 당당해질만큼.....
잠깐 얼굴이나 보자는 말에 망설임이 없을만큼.....
술취한 자신의 모습이 부끄럽지 않을만큼.....
나눠 갖는 내 시간들이 미안하지 않을만큼.....
...그렇게.....
녀석에게 익숙한 친구이고 싶다.....

녀석의 지갑을 돌려주고.....
들어온 시간은...새벽 다섯시경.....

잘 도착했냐는...녀석의 전화가.....
미안한 목소리를...가득 담고 있다.....
왜...녀석은.....
아직도...내게...조심스럽기만 한건지.....
...아직도.....

깨워주겠노라는...녀석을 만류하여 재우고.....
정작...나 자신은.....
도저히...다시 일어날 자신이 없어.....
조금 일찍 출근을 하리라 결심하고...아침을 기다렸다.....

그리고...생각했다.....

친구라는 이름으로...내 곁에 존재하는 이라면.....
크게...다르지는 않았으리라.....

대부분의 경우.....

...투덜거리면서도...집을 나섰을 거고.....
상당수의 경우.....
...당연하게...담담히 집을 나섰을 거다.....
친구란...그런 거라고...믿는 까닭에.....

그러나...그러나.....
녀석의 경우처럼.....
...기꺼운 마음으로.....
그러할 수 있는 사람은...몇이나 될까.....

쉽게 잊고 살긴 해도.....
오래전부터...나의 신께 감사하고 있다.....
...녀석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을............................
.........................................



..... 나는 언제나 기다린다 ... 기약없는 회귀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