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사람..... .....

Posted 2024. 11. 12. 23:07 by 푸른비수 [BLACKDIA]

[2013/05/14 01:04]

그 사람으로 인해 흑장미를 좋아하게 되었으면서,

그 사람으로 인해 삶을 무채색으로 채우고도,

그 사람으로 인해 삶을 포기하려 한 적도 있으면서,

첫사랑이라는 이름에 가장 가까이 그 사람을 놓아두고도,
나란 사람의 머리는 그 사람조차도 제대로 기억해주지 못하지.

 

하나하나 세월과 함께 지워지고,
이제 남은 것은 흐릿한 이미지들뿐.

첫 눈. 골목길. 그 쯤에 서 있는 흐릿한 그림자 하나.
축구. 먼지 가득한 운동장. 이리저리 그 공간을 채우는 흐릿한 그림자 하나.

그토록 눈부셨던 이조차 이토록 흐릿하게 만들어 버린 것이,
그저 세월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몇 남지 않은 흐릿한 그림자마저 잊혀질까 두려워서,

나는 또 비겁한 끄적임에라도 기댈 수 밖에.................